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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농경지 임야 더 풀어야

보도일자 2004-01-29

보도기관 조선일보

지난해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은 정상이 아니었다. ‘10·29 부동산대책’ 이후 다소 안정됐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열기가 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 고속철도 개통, 수도권 신도시 건설 등이 새로운 열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한다.

빈부(貧富)격차의 심화, 집이나 땅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 이로 인한 사회불안이 우려된다. 중국보다 40배나 비싸다는 땅값이 더 오르면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어떻게 될까. 이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 값이 오르는 데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서 그렇다. 다른 하나는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해서 그렇다. 선진국일수록 두 가지 모두 비교적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틈만 보이면 부동산 투기가 판친다.

우리 국토의 총 면적은 대략 300억평이다. 이 중에서 임야가 200억평, 농경지는 65억평 정도다. 대지·공장용지·도로 등 도시적 용도로 쓰이는 땅은 국토의 5.3%인 16억 평이다. 나머지는 하천·습지·묘지 등이다.

우리 나라는 아직도 10억평 정도의 도시용 토지 개발이 필요하다. 이것이 적기(適期)에 적소(適所)에 적량(適量)으로 공급된다면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는 기본조건은 충족될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은 그렇지 못했다. 임야와 농경지를 도시용 토지로 개발하기가 대단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대규모 도시용 토지개발을 정부나 공사가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건 아래서는 다양한 용도·규모·장소에 맞추어 저렴한 토지를 개발·공급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 도시용 토지의 원활한 공급을 저해하는 족쇄를 풀어야 할 때가 됐다. 우선 농경지나 임야는 무조건 지켜야만 한다는 구습(舊習)을 벗어야 한다. 요즈음은 농사를 쉬는 휴경지가 매년 5000만~6000만평씩 발생하고 있다. 한때는 2억평을 넘기기도 했다. 이런 땅은 농사짓기에 부적합해서 쓰지 않는 땅이다. 이것을 방치하느니 무엇으로라도 이용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유익하다.

임야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좁은 국토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임야인데, 이것을 제쳐놓고는 국토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임야도 생산성이 낮거나, 혹은 도시 인근에 있어서 개발효과가 매우 큰 것들이 있다. 이런 땅은 도시적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좁은 국토를 넓게 쓰는 지혜다.

현재와 같은 중층(重層) 규제로는 그러나 한계 농지와 임야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또 공공부문의 개발독점으로는 토지공급의 효율을 기하기가 쉽지 않다.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함께 민간부문의 토지개발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10여년 전 정부는 토지공급 확대를 위해 준농림지역 제도를 도입했었다. 국토의 26%나 되는 땅에 거의 무제한으로 개발을 허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토의 난개발이 횡행하고 환경파괴가 심각했다. 최근에 정부가 시사하고 있는 토지규제완화는 이 같은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각종 규제는 과감하게 없애되 계획적 개발은 준수해야 한다. 개발이익만을 노리는 개발행위,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행위는 배제하면서도 토지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개혁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