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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합리적 근로시간 단축방안

보도일자 2004-02-16

보도기관 일간건설

◇확대 시행 방식과 건설업체의 ‘부담능력’

올해 7월1일부터 1천인 이상 기업으로부터 주40시간제가 도입된다. 건설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본사 직원, 현장 파견직원, 현장 채용직원, 직영근로자 등을 모두 합친 ‘상시근로자수’가 1천인 이상인 건설업체는 적용 대상이 된다.

적용 대상인 기업에서는 소속 근로자에 대해 주당 40시간을 넘는 최초 4시간은 25%, 그리고 이후의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50%의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부는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취지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있다고 한다.

또한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이유는 기업의 ‘부담능력’을 고려해 제도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초과근로수당에 대한 부담능력이 있는 기업이라야 근로자에게 이를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시근로자수’를 기준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확대 시행하는 것이 건설업체의 ‘부담능력’을 보장해줄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 확대 시행 방식으로는 건설업체의 부담능력을 보장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주생산 방식 하에서 건설업체의 부담능력은 발주자가 적정 공기 및 원가를 반영해주는 것으로부터 비롯되는데 현행 방식은 이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발주자의 적정원가 반영 곤란

건설생산물은 복합적인 생산과정의 결합에 의해 이뤄진다. 따라서 동일 프로젝트의 현장에 수많은 공종과 다양한 규모의 원·하수급 건설기업이 공존하면서 생산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상시근로자수를 기준으로 제도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경우 동일 현장에 제도의 적용을 받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공존하게 된다. 이것은 프로젝트 단위로 공사 기간과 원가를 책정하는 발주자로 하여금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반영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림을 보면서 그 이유를 세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보자.
첫째, 발주자는 특정 프로젝트를 상시근로자수 1천인 이상인 건설업체가 수주할 지 여부를 사전적으로 알 수 없다.

둘째, 해당 프로젝트 중 상시근로자수 1천인 이상인 건설업체에 소속된 근로자가 전체 투입 근로자 중에서 어느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지에 대해 발주자는 사전적으로 알 수 없다.

셋째, 상시근로자 수 1천인 미만인 일반건설업체가 수주할 경우 발주자는 법정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데 아래 도급단계에서는 1천인 이상 규모의 전문건설업체가 수주할 가능성도 있다.

요컨대 상시근로자수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확대 시행 방식에 의하면 건설업체는 발주자로부터 주40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공사원가 상승분을 반영받기 어렵거나 일부만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건설근로자는 주40시간을 넘는 근로시간에 대해 초과근로수당을 요구할 수 있고 노동부도 이러한 요구를 지지할 수 있다. 이때 건설업체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근로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자니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고 그 요구를 거부하자니 노사간 마찰이 야기되거나 근로자의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고민이 기우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업종에 주40시간제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건설근로자만 변하지 않기를 바랄 수도 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다면 건설현장에는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이나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당초 도입 취지는 사라지고 부작용만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최선의 방책은 먼저 발주자가 법정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가장 쉽고 명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갖춰야 한다.

◇합리적 확대 시행 방안:‘총공사금액’ 기준

건설업체 본사는 다른 업종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상시근로자수 기준을 적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건설현장에는 다양한 규모의 기업이 공존한다는 특성이 존재하므로 이를 감안한 확대 시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주40시간제를 일시에 전체 건설업체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면적용 방식의 현실성이 낮고 단계적 시행이 불가피하다면 그 확대 기준을 달리 생각해 봐야 한다.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상시근로자수 기준의 기업 단위보다는 ‘총공사금액 기준의 프로젝트 단위’가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발주자가 프로젝트 단위로 공사 기간 및 원가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발주자는 일정금액 이상의 공사에 대해서는 주40일제 도입에 따른 공기와 원가의 영향을 명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일정금액 이상의 건설현장이라면 함께 참여하는 건설업체와 근로자들이 동시에 휴일을 활용하거나 초과근로수당을 지불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돼야 비로소 법정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