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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국토균형발전의 길]수도권 공동화우려도 기우

보도일자 2004-03-12

보도기관 경향신문

최근 신행정수도 건설을 두고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보도된 바 있다. 국내 100대 건설업체 CEO의 39%가 신행정수도 건설의 실현 가능성을 높게, 25%는 낮게 보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찬·반 양론이 팽팽했던 점에 비추어 이같은 조사결과는 이례적이다. 지난 연말 신행정수도특별법안이 압도적 표차로 국회를 통과한 것이 한몫 한 듯하다.

사실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많이 수그러들었다. 이를 테면 신행정수도 건설비용 추정, 충청권 입지의 타당성, 수도 이전 효과 등에 대한 논란은 대체로 잠잠해졌다. 그러나 신행정수도의 실체와 이전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언론 매체 등을 통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주장의 하나는 남북한이 통일되면 통일수도 건설이 불가피할 테니 그때까지 신행정수도 건설을 유보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통일수도는 서울이나 개성 또는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 둬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그러나 통일수도 문제는 통일 후 남북한간의 합의로 결정해야 하니 지금으로선 덮어두는 쪽이 낫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행정수도 이전의 목적인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통일될 때까지 늦추어도 되는지에 있다. 그런데 이것에 대한 해답은 통일까지 걸리는 기간에 따라 다르다. 가령 통일이 가까이 있다면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력 낭비의 소지가 있다.

반면에 오랜 세월이 걸린다면 행정수도 이전이 왜곡된 국토구조를 바로잡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현재로선 후자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통일이 남북한간의 이념적·경제적 차이를 좁히면서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면 그 기간은 대단히 길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행정수도의 실체가 무엇인지, 천도인지 분도인지 분명히 밝히라는 등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비판은 행정수도 이전이 기존 수도의 공동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전제왕조시대에는 수도 이전이 곧 종전 수도의 버림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에서 수도 이전은 수많은 도시기능 중 단지 중앙정치, 행정기능의 이전을 뜻할 뿐이다. 근세에 수도 이전을 경험했던 브라질, 파키스탄,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사례가 모두 그렇다. 이런 나라에서 종전의 수도는 통치기능이 이전된 후에도 과거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행정수도냐 그냥 수도냐, 혹은 천도냐 분도냐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 어떤 경우가 됐건 수도 이전은 적게는 중앙행정기능, 많게는 입법·사법 기능의 이전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법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 대선 또는 총선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잘못 결정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 표는 곧 민의여서 정치인이 표를 의식하는 것은 결국 민의를 좇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국회의 결정은 원칙적으로 민의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민적 공감대는 넓을수록, 단단할수록 좋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노력은 언제든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