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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진입 더 어려워진 강남

보도일자 2004-04-26

보도기관 조선일보

마침내 주택거래신고지역이 결정됐다. 앞으로 서울 강남·강동·송파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주택을 거래할 때 실거래가격 등 거래 내용을 계약체결 후 15일 이내에 해당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이 지역의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취득세·등록세의 과표가 실거래가격으로 적용돼 기존보다 취득세·등록세가 3~6배 정도 늘어난다. 이 조치는 최근 재건축 대상 아파트와 주상복합 아파트 위주로 오름세를 타던 주택시장에 일침을 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이런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까. 지난 2여년 동안 정부가 무수히 쏟아냈던 주택가격 안정 및 투기억제 대책을 살펴보자. 대부분 성수기에 가격 상승 이후 대책이 발표되었고 대책 발표 후에는 마침 비수기가 겹치면서 1~2달 정도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그러다 보니 당시의 가격 안정이 정말 정부정책의 효과 때문인지 계절적인 요인이었는지 의문이 갈 정도였다.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아 정부가 또다시 주택거래신고제라는 추가대책을 내놓았다.

이는 정부 정책의 효과 여부를 떠나, 시장과열 원인이 시장 내부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저금리, 적정 투자처의 부재, 개인이 부동산을 통해 자본이득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장 메커니즘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나저나 앞으로 서민층은 물론 중산층도 강남 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주택거래 신고지역에서는 거래가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매물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로 주택거래 신고제로 오르는 취득세·등록세만큼 매수자에게는 주택가격이 더 비싸지는 셈이다. 강남에 진입하려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매우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높은 가격 장벽을 간신히 넘어설 만하니 이제는 또 세금에, 거래제한이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을 모두 투기수요라고 간주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벼룩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으나 결과적으로 부촌의 진입 장벽을 정부 스스로가 더욱 견고히 세워 준 꼴이 된 것이다.

현재에도 검인계약서 제도를 통해 거래가격을 신고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검인계약서는 그저 형식에 불과할 뿐 실거래가격 파악과는 큰 괴리가 있다. 그런데 주택거래신고제를 시행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현재 정부는 국민은행과 감정원이 구축한 주택가격 데이터베이스를 지방자치단체에 통보, 허위신고 여부를 조사한 후 이를 위반할 시에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가격조사 방법도 역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이다. 중개업소는 실거래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가격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신고제 시행 초기에 거래 위축으로 일시적인 가격안정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시장가격 따로, 조사가격 따로의 이중 가격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거래 관행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투기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성급하게 이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거래가 신고, 과표의 현실화는 특정계층 특정지역 사람에게 주어지는 벌칙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준수해야 하는 규칙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거래 신고제가 투기억제의 수단으로만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디 주택거래신고제가 정부의 또 다른 미봉책으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