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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청년실업 무엇이 문제인가

보도일자 2004-05-14

보도기관 제일경제

청년실업 문제가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고질병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희한한 것은 청년실업자 대열의 바로 옆에 청년노동력을 구하려는 사업주 대열이 늘어서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지속된 청년층의 진입기피로 고령화와 숙련인력 고갈 속도가 빨라 생산기반이 붕괴되고 있다고 한다. 대개 제조업이나 건설업과 같은 생산직종의 사업주들이다. 답답한 아이러니의 근원은 무엇인가. 다양한 원인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뿌리 중 가장 큰 뿌리는 우리의 사회적 풍토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대학병''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무시당하는 사회적 풍토이다. 그러니 무엇을 할지는 차차 생각하고 일단 대학에 가고 볼일이다.

하지만 일단 대학을 마치고 보면 눈 높이는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그 눈 높이에서 내려다보면 제조업이나 건설업의 ''천박한'' 생산직이 성에 찰리 없다. 한 마디로 말하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자''는 것이다. 선진제국 중에서도 성인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이 낮은 독일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마이스터 자격증을 보유하면 현장감독, 교육자, 사업가로 활동할 수 있어 우리의 대학교수에 해당하는 사회적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노동비용을 노사정이 분담하면서 건설기능인력을 정규직화하고 있다. 이것이 건설현장으로의 청년층 진입을 촉진하고 있다. 요컨대 대학을 안나와도 대접받는 풍토를 조성함으로써 청년실업 문제와 건설산업의 생산기반 확충 문제를 아울러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독일 마이스터에 해당하는 기능장이라는 자격증이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 자격증의 활용이 미미했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자격제도를 운용하는 정부부처와 활용하는 정부부처가 다르고 그에 대한 교류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노동부는 건설현장의 특성을 모르고 자격제도를 운용하고 건설교통부는 자격증의 존재를 모르거나 보유자의 능력이 의심스러워 활용하지 못했다.

한편 공고에서는 건설관련 학과가 존재하나 자격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런 직업전망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공고의 학생들조차 기능습득 대신 대학진학을 바라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하는가. 공고는 교육인적자원부, 교육훈련 및 자격은 노동부, 건설현장은 건설교통부라는 식의 수평적 패러다임이외에 산업별 수직적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건설산업의 현장으로부터 교육훈련까지를 수직적으로 긴밀하게 연결시키자는 것이다. 물론 근로환경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제 조급한 마음에 미봉책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우리 민족의 ‘끈기’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