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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입주권 주택 간주-세수 겨냥한 편의적 발상

보도일자 2005-09-23

보도기관 국민일보

이른바 ‘8.31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되고 일주일 정도 지나자 정부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때 조합원 입주권을 주택 수 계산에 포함한다는 내용의 소득세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는 양도소득세를 산정할 때 재건축·재개발 입주권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입주권 외에 보유중인 주택을 양도하더라도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고 ‘1세대 3주택 중과세’도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현행 소득세법의 일부 규정이 다주택자의 부동산투기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8·31 대책의 실효성을 유지·확보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투기적 수요 억제를 통한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과세형평성 제고’ 노력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 문제는 개정안의 실질적 지향점이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교란이나 왜곡 방지에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입주권을 포함해 1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주택보유의 허물(?)을 이유로 중과함으로써 사실상 세수증진을 추구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 때문이다. 또한 납세자의 재산상 이해관계가 걸린 주택수의 산정에 있어 일반아파트 분양권은 여전히 예외로 인정하면서도 주택개념의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 제시 없이 재건축·재개발의 입주권만 계산에 넣는다는 것은 형평성 시비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입주권의 양도에 대해서는 이미 현행 소득세법에서도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양도를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후에는 조합원 지위양도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입주권 양도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교란가능성을 현재로선 예상하기도 어렵다. 결국 입주권을 주택 수 계산에 포함한다는 것은 ‘귀에 걸면 귀걸이,코에 걸면 코걸이(耳懸鈴鼻懸鈴)’식의 편의적 입법추진을 통해 ‘다주택자’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지난 경우를 되돌아보면 2003년을 전후하여 재건축·재개발투기가 극성을 부릴 때도 입주권과 관련하여 어떠한 정책적 움직임은 없었다. 재개발이 투기온상이 될 우려가 있다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재건축의 경우와 유사한 규제를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개정안에 의하면 2006년 1월1일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현재 보유중인 주택이 처분되지 않을 때 이후 양도시 조세부담 급증을 각오해야만 한다. 8·31대책 발표 이후 매수세가 사실상 실종된 현재로선 주택을 팔려고 해도 그마저 용이하지 않다.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의 영향을 받게 될 대상은 195개 단지 14만890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이다.

주택보유자가 봉은 아니며 그 모두가 잠재적 투기자로 의제되어서도 안된다. 주택보유가 허물도 아니다. 세목의 신설이나 세율의 인상은 국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민감한 사안이므로 국민의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칠 필요가 있다. 그 개념도 모호한 입주권을 볼모로 일반 분양권과 구별해 조합원이나 입주권을 보유한 주택보유자에게 중과하는 것은 결코 진정한 조세의 형평성 원칙을 확립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

이번 개정안이 입법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주택보유자에게 주택 양도를 사실상 강제하는 수단으로,편의적 세수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는 않은지 정부가 찬찬히 반추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