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건설관련 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제언

보도일자 2006-06-26

보도기관 매일건설

지난해에 건설관련 제도 전반을 개선키로 하는 내용의 “건설산업 규제 합리화 방안”이 발표되었다. 지난 1년여 동안 관련 부처별로 작업반을 구성하여 의견을 조율한 결과이다. 금년 5월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관련 회계예규가 일제히 개정되었다. 이러한 제도개선의 파급효과가 시장에서 곧 가시화될 예정이므로 이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다. 주요 쟁점의 전개상황을 점검해보도록 하자.

규제 합리화 방안은 업역구조의 합리적 개편을 위하여 일반건설업(5종)과 전문건설업(25종)의 겸업제한 완화를 제시하고 있다. 일반과 전문건설업을 건설업으로 통합하고 업종구분 체계를 재조정하되, 겸업 허용시 중소.전문업계의 충격완화 조치를 강구토록 하였다. 만약 겸업 허용의 의미가 업체가 요건을 갖출 경우 제한없이 등록을 내주겠다는 의미라면 그 파급효과는 제한적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일반과 전문의 구분을 없애고 건설업으로 통합하여 일반은 원도급, 전문은 하도급이라는 생산체계의 개편을 의미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외에 설계와 시공의 상호 피드백을 통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향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공과정에서 개발된 기술.공법이 설계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전기 및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에 대한 실태조사 후 예외규정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분리발주 의무에 대한 단계적 개선방안을 금년 상반기까지 마련하도록 하였다. 제도 개선의 방향은 올바르게 잡았지만 그동안의 논의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조치결과는 매우 미흡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체계와 함께 건설산업을 규율하는 양대 기둥인 입찰제도에 대해서도 개선안이 제시되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최저가낙찰제는 300억원 이상 모든 공사에 확대시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현행의 저가심의제를 계약이행능력심사제로 개선하는 여건 조성도 병행될 전망이다. 적격심사제는 시공능력평가의 기준 및 배점방식을 조정하여 변별력을 강화하되 새로운 제도가 갖추어질 때까지는 낙찰하한율을 83%에서 80%로 낮추었다. 이상의 입찰제도 개편방안은 상당한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년 중에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반영하여 단위비용 대비 최고가치 제공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입낙찰 제도의 단계적 도입방안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또 한번의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다른 모든 종합대책과 같이 경쟁의 심화, 이를 통한 비용의 절감과 산업의 발전 유도라는 명제를 달고 있다. 그 내용 또한 새로운 것이기 보다는 몇 차례 시도 끝에도 달성하지 못했던 과제들이 다시 제기된 것이다. 그래서 旣視感(déjà vu)을 갖게 되는 것이고, 실망을 덜 하기 위해 기대수준을 낮추고 싶은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건설산업의 선진화는 제도의 개선 이상으로 의식의 변화를 전제로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업역규제의 철폐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의미있는 결실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공정한 원하도급 상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에 대등한 입장에서 정당한 경쟁과 가격의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 원도급자는 경쟁을 회피하지 말고 입찰에 적극 참여하되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도를 통한 물량배분은 부적격업체를 양산하는 악순환만 유발한다. 발주자는 산식에 의해 낙찰자를 선정하겠다는 책임회피 성향을 극복하여야 한다. 신뢰를 기초로 한 발주자의 재량이 인정되어야만 저가심의제 나아가서는 최고가치낙찰제가 도입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제도와 함께 건설문화가 혁신되어야만 산업이 선진화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산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 건설업계, 그리고 건설인 모두가 이번만큼은 규제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또 시행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된다. 얼마 전에 발족한 건설산업발전심의위원회에도 기대를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