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동향브리핑

건설동향브리핑 77호

출판일 2004-11-16

연구원 CERIK

국내 공공 건설공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도와 입찰방법 개선에 대한 고민을 이웃 일본의 공공공사에서도 유사하게 겪고 있는 중임.
  최근 서울에서 개최(2004. 8. 18)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토목학회 제3회 국제심포지엄(CECAR)에서 일본 고찌기술대학의 와타나베 교수가 일본의 공공공사가 당면하고 있는 입찰방법의 문제점을 비교적 솔직하게 발표한 내용을 정리했음.

■ 일본 공공공사의 입찰 및 시공 생산 구조
  예정가격 산정은 설계용역회사가 제공한 설계도면과 시방서를 기준으로 발주자의 견적팀에서 산정함. 전통적으로 발주자는 막강한 능력(almighty)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기 때문에 예정가를 자체에서 산정하고 있다고 함.
  국내와 달리 지명경쟁입찰 방식(대개의 경우 15∼20개 사 정도)을 택하고 있음. 설계단계에서부터 비공식적으로 설계용역회사나 혹은 발주자들을 도와주고 있음. 이것이 일본식 담합(dango)이 가능해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음.
  일본의 예정가는 입찰자들에게 입찰금액의 상한선으로 작용하며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거의 모든 공사는 낙찰 하한선을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음.
  공공공사에서 최저가를 제한하여 공공 시설물의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점은 지금도 높이 평가받고 있음. 또한 무제한적 최저가 방지 덕분에 일본에서는 미국이나 영국 등과 달리 건설공사에서 클레임이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보고 있음.
  주계약자는 건설관리를 하며 실제 시공은 거의 하도급식으로 진행하고 있음. 하도급 금액은 주계약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구조임. 원도급자와 하도급자는 장기 거래를 통해 계열화되어 있으며 하도급은 일반적으로 다단계로 이뤄지고 있음.

■ 공공공사 입찰 방식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
  발주자가 제시하는 예정가는 적정성 여부와 관계없이 입찰자에게 전가되며 낙찰자는 이것을 다시 하도급자에게 전가하는 구조임. 따라서 건설회사들의 신공법이나 신기술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음.
  대부분의 기업들이 평생고용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발주자가 정한 예정가가 아무리 낮아도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없는 것보다 낫다(better than nothing)’식으로 입찰하기 때문에 입찰금액의 하한선이 무너질 위기에 있다고 함.
  낮은 가격으로 낙찰 받은 공사의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하도급자에게 전달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계약자는 일방적인 손실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음.
  지방자체단체는 거의 모두가 예정금액과 낙찰 하한선제를 비공식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문제는 예정가와 낙찰 하한선이 거의 모든 입찰자에게 알려진다는 점임.
  이런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 도쿄시는 250만엔(한화 약 2,750만원) 이상은 예정가를 공개하기로 결정했음.
  예정가 공개와 낙찰 하한선 비공개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발주한 공사 건수의 1/4인 137개 사업에서 입찰자들이 동일한 금액의 최저낙찰하한 금액을 제출했음. 따라서 발주자는 낙찰자를 로또 복권 당첨식으로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함.
  도쿄시에서 가지고 있었던 낙찰하한선은 발주자가 산정한 예정가의 80%였음이 간접적으로 밝혀졌음. 이것은 동일한 최저가격을 제출한 136개의 공사에서 입찰자들이 제시한 금액이 모두 예정가의 80%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임.
  예정가와 낙찰하한선을 공개하는 것은 투명성 측면에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양질의 공사 품질을 얻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로또식 복권 추첨식으로는 시공회사의 기술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음.

■ 일본 공공공사에서 고려하고 있는 입찰 방법 개선 방향
  공공공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 자체가 한계성으로 지적되고 있음.
  건설산업의 사회적 신뢰성 제고와 건설산업 주체간(발주기관과 건설회사, 주계약자와 하도급회사 등) 거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재무회계의 투명성을 장기간에 걸쳐 제고시키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음.
  일본 공공공사의 오랜 전통이며 관행인 담함을 제거해야 함을 제안하고 있음. 담함이 일본 건설산업의 장점으로서 장기간의 거래 환경을 조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을 통해 기술과 품질을 높이면서 가격은 낮추는 기회비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 따라서 공사건별 새로운 계약자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보고 있음.